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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일기

어느 날 들춰내 본 이야기

 2024년 22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경북, 강원 등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말 그대로 '기록적 참패'라 불릴 결과를 겪었던 해에, 광주항쟁(1980.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1948.4.3)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한 소설가 한강이 한국 역사상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해는 광주항쟁 44주년이자 제주 4.3 사건 76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2024년 4월 3일 제주 4.3사건 제76주년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나 선거를 지휘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나아가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월부터 총선 직전까지 24차례에 걸쳐 전국 각 지역을 방문해 민생토론회를 진행했고 지역 개발 정책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여덟 차례 방문했고, 제주도는 단 한 차례도 찾지 않았다. 4.3 추념식 당일 한 위원장은 이날 제주 대신 충북, 강원, 경기지역 지원 유세를 선택했다.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25299

 

윤석열 대통령 제주 4.3추념식 또 ‘불참’ 국힘 후보들 발동동 - 제주의소리

보수 대통령의 첫 제주4.3추념식 참석이 또다시 무산됐다. 집권여당 지도부 참석도 불투명해지면서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28일 정치권에 따르면 4월3일 봉행되

www.jejusori.net

https://www.ajunews.com/view/20240403145931173

 

정치권, 4.3 맞아 제주 희생자 앞으로…尹‧韓은 불참 | 아주경제

여야 지도부는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제히 제주에 집결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기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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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대통령을 대신해 4.3사건 추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재옥 원내대표와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한 국무총리는 묵념을 위한 사이렌에 제때 일어나지 않고 흰색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제단에 올라 헌화와 참배를 했다. 낭독한 추도사는 4.3 유족들에 대한 위로나 향후 지원 대책에 대한 언급 대신 IT 기업과 반도체 설계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제주의 지역 언론은 추념식에 참석한 유족들 가운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었던 현장의 반응을 전한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313_0002659780

 

여 조수연 "일제강점기 더 좋아" "4·3 김일성 지령" 논란…"죄송"(종합)

[서울=뉴시스] 신항섭 김경록 기자 = 4·10 총선 대전 서구갑에 출마하는 조수연 국민의힘 후보가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던 게시물로 파장이 커지자 13일 "죄송하게 생각한다.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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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304589

 

국힘 제주 총선 후보 3인 "4.3왜곡 후보 공천 취소해달라"

제주지역 국민의힘 소속 제22대 총선 후보들이 4.3 왜곡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후보들에 대해 공천을 철회해달라고 중앙당에 공식 요청했다.아울러 지난해 4.3추념식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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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eoul.co.kr/news/politics/2023/02/15/20230215500078

 

태영호 “북한에서 배웠다” 4.3사건 ‘김일성 지시’ 주장

민주, 태영호 국회 윤리위 제소 유족회 “왜곡과 망언 규탄한다”, 제가 북한에서 와서 잘 안다. 나는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 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워왔고 지금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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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이 4.3 사건에 대해 보인 행동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아 출마한 후보자들의 제주 4.3 사건에 관련한 발언들과 한 덩어리인 양 겹쳐갔다. 대전 서구 갑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 조수연은 2021년 4월 7일,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인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발언을 소개하며 "Moon(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주 4.3에 대한 역사 인식이다. 어이가 없다"면서" "당시 제주 폭등을 일으킨 자들이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는가! 아니면 김일성, 박헌영 지령을 받고 무장 폭동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를 꿈꾸었는가"라고 글을 올렸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역사를 왜곡하면 안된다. 그것도 대통령이란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경기 의정부 갑에 출마한 국민의힘 전희경 후보는 총선 9년 전인 2015년 ‘극강 전희경 총장의 교과서 바로잡기 2 강연’에서 “4․3사건이 촉발된 계기는 좌익세력과 남로당 세력이 대한민국의 정부수립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이 있음에도 이야기 하지 않고 경찰이 내려가서 진압했다”고 표현하며 4.3 사건을 우익의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왜곡한 발언이 다시금 불거져 나왔다. 주영 북한 공사로 탈북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구로구 을 태영호 후보는 2023년 2월 13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한 제주도민에 대한 사죄 발언 속의 "4·3 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한때 몸 담았던 사람으로서 유가족과 희생자 분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빕니다."라는 부분이 다시금 논란이 되었다. 제너럴 셔먼호 사건도 3.1운동도 김일성의 할아버지와 김일성 본인이 주도해 일으켰다고 가르치는 북한의 교육 과정에서 그렇게 배웠다는 점을 내세운 태영호 후보와 달리 박정숙이나 전희경의 말은 예의 4.3 사건에 대한 극우의 논리에 치우쳐 벗어나지 못했고, 말에 담긴 사고의 부정함을 떨쳐낼 다른 여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잊혀졌거나 또는 잊힐 수 있었던 후보들의 발언은 현재의 요구 속에서 다시금 현재로 불려 나왔고,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2024년 3월 22일 당 소속 후보를 비롯한 도당 지도부 전원이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당을 향해 이들 세 사람에 대한 공천 철회와 이후 제주 4.3 사건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왜곡 발언에 대한 당 차원의 엄정한 징계를 호소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해야 마땅하나,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직권 재심 청구 대상을 확대시킨 점을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4‧3에 대한 아픔에 공감하고 행동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정부와 달리 반대 목소리를 직접 설득해 관철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힘은 실천하는 마음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리겠다"고 덧붙였다.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25531
 

 

한동훈 “4.3추모 함께해야 마땅하나 제주에 있지 못한 점 송구” - 제주의소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제주4.3희생자추념식을 불참한데 대해 \"4.3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어야 마땅하나,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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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사건 추념식 당일 추념식 참석이나 제주 방문 대신 타 지역에서의 선거 유세를 택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야권 가운데 가장 힘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을 향해 있었다.

 "제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건 4·3과 관련한 직권재심을 군사법원이 아니라 일반법원까지 확대하는 것이었고 문재인 정권은 그걸 해 주지 않았지만 내가 법무부 장관이 된 다음에 그걸 했다.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기록을 하나하나 일일이 뒤져야 하니 귀찮아서 안 해 준 것 아니었냐?"

 "이재명 대표 같은 분이야말로 제주 역사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해왔지, 실제 그 아픔을 보듬기 위해 행동한 것도 없지 않느냐?"

 

 우선 직권재심이란 형사판결에서 재심의 사유가 발견될 경우 검찰이 피고인을 대신해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 사법은 이미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가 확인되지 않는 한 한번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서는 그 판결을 번복하지 않고, 나아가 같은 사건에 대해서 더 이상 재판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따르고 있다. 4·3 당시 죄도 없이 재판을 받아 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셀 수도 없다는 것은 더 말하지 않는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226036100056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에 더 가까워졌다" | 연합뉴스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

www.yna.co.kr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426031

 

[4·3 더 알기] 수형인 명예회복 특별재심과 직권재심은?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내일 제주지방법원에서 4·3 재심사건 전담재판부가 신설된 이후 첫 재판이 열립니다...

news.kbs.co.kr

 

 2021년 2월 당시 국회의원이던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대표발의한 4.3사건 특별법 개정안에서 1948년 12월 29일에 작성된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호와 1949년 7월 3일부터 7월 9일 사이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호에서 제18호까지 명령서에 기재된 희생자들을 특별재심 대상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개정 4·3특별법은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고등군법회의 명령서에 기재된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피해자 당사자가 아니라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이 개정안은 2021년 2월 26일에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에서 직권재심의 대상은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한 것이었지,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해서는 빠져 있었다. 이후 4.3사건 관련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청구와 관련해서는 법 개정안이 추가로 발의되지 않았다. 이후 일반재판 수형인들의 유족들이 관련하여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고,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https://jeju43peace.or.kr/kor/BBSMSTR_000000000032/6454/view.do

 

알림/소식| 보도자료|

BANNER 1/5 이전 재생 정지 다음 제주4·3 당시 도민들은 불법성이 명확한 재판(군사재판 2530명·일반재판 1800여명 추정)을 받고도 70여년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상당수가 군·경에 의해 살해를 당

jeju43peace.or.kr

 

 2024년 22대 총선에서 제주시 을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한규는 앞서 2022년 6월에 국회의원 제주시 을 보궐선거에 당선되었다. 그는 보궐선거 당선 직후부터 4.3 사건 관련 군사재판뿐만 아니라 일반 형사재판에 회부된 이들에 대해서까지 직권재심을 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김한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직권재심 범위 확대에 대한 4.3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2022년 8월 12일의 일이고, 이 법은 이듬해 2023년 7월 27일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법무부장관으로써 해당 문제를 검찰에 지시한 것은 김한규 의원이 해당 개정안을 발의하기 이틀 전인 2022년 8월 10일의 일이다. 

 

https://www.jeju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015

 

"제주4·3 희생자 직권재심 범위 넓혀야"

법무부가 제주4·3희생자 일반재판 수형인까지 직권재심 확대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직권재심 범위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정무위)이 12

www.jejudomin.co.kr

https://www.jibs.co.kr/news/articles/articlesDetail/24865

 

김한규 의원 '제주4·3 직권재심 대상 확대' 법 개정안 발의

제주4·3 일반재판 수형 피해자에게도 직권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됩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는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제주4·3사건 진상규

www.jibs.co.kr

https://s1.ihalla.com/article.php?aid=1660528015730683073&page=59

 

법무부 이어 국회서도 4·3 직권재심 범위 확대 추진

[한라일보] 법무부가 제주4·3과 관련해 군법회의뿐 아니라 일반재판을 통해 형을 선고받은 수형인에 대해서도 직권 재심 청구를 확대하기로 밝힌 가운데,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돼

www.ihalla.com

 

 한동훈의 "민주당이 제주 4.3사건 유족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했지, 그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한 게 뭐가 있느냐"는 발언에 대해 김한규 후보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한동훈이 법무부장관이 되었을 때 그러한 의견을 제시하고 검찰에 지시한 것도 맞고, 검찰도 그것이 법적인 의무가 아님에도 스스로 자발적인 노력을 해서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고 한동훈이 노력한 바 있음을 인정했지만, "실제 성과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로 제정하고 국가의 의무로 만드는 것에 있다"며 "법률 개정으로만 도민들의 아픔을 다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분들과 눈을 마주 치고 그분들의 손을 잡고 그분들과 아픔을 함께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을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꼬집으며 부디 내년에는 4.3추념식에 참석해 줄 것을 호소하였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18034

 

김한규 "4.3 직권재심 확대 한동훈이 했다? 민주당이 법 개정 했다"

"문재인 정권은 말로만 제주 4.3이라고 했지, 실제로 그거(직권재심 청구대상 확대) 해주지 않았다. 말로만 4.3을 이용하는 것과 실제로 직권재심을 확대해서 실천하는 것 중 어떤 게 역사를 제대

www.ohmynews.com

 

 한동훈이 시점상으로 법무부장관으로써 검찰에 직권재심 범위를 확대할 방안을 지시(2022.8.10)한 것이 김한규의 직권재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명문화한 4.3사건 특별법 개정안 발의(2022.8.12)보다 앞서기는 하지만, 김한규는 국회의원으로써 해당 법률안을 준비하고 발의하는 과정에서 희생자 유족들과 제주자치도청,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등 유관기관 담당자들과 개별적인 검토를 거치는 단계를 거쳤다. 그 과정이 결국 어느 정도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사람들은 흔히 지시 한 번 하면 끝, 정도로 국정의 개선을 쉽게 생각한다. 어떤 법률안이든 그 제정이나 개정이 단기간에 쉽게 뚝딱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떤 법적인 이슈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 관련 부처 장관이 무언가를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한마디 지시한다고 그것으로 뚝딱 해결되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한동훈이 행정부 부처의 수장으로써 4.3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일반 형사재판에 회부된 이들에 대해서도 직권재심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는 것은 분명히 옳은 일이고 관료로써 점수를 줄 수 있지만, 김한규는 입법부에 속한 국회의원으로써 일반 형사재판에 회부된 이들에 대한 직권재심에 대한 범위 확대라는 해결 방안을 법으로 명문화시킴으로써 해당 문제 해결을 합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또한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4.3 유족들을 위해 뭘 했느냐?"라는 한동훈의 발언은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민주 정부 출범 이후 제주 4.3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처음으로 이루어지고 2000년에 제주 4.3사건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된 것,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4.3 사과 등 4.3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4.3사건 일반 재판에 대한 직권재심 범위 확대의 목소리가 나오기 직전에 4.3사건 관련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해 검찰이 일괄 직권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관련 특별법을 개정하였는데, 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인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나서서 주도한 것이었다. 이 특별법 개정이 선행되면서 '군사재판뿐 아니라 일반재판에 대해서도 직권재심이 가능하도록 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은 4.3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줄만 알았지 정작 제주도민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서 실제로 행동한 게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라는 한동훈의 말은 지나친 비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대통령이나 총리가 4.3사건 추념식에 모두 불참한 것은 물론 국민의힘 후보들이 연이어 제주 4.3사건에 대한 망언을 쏟아내고 이에 대한 비판이 국민의힘 내부에서마저 쏟아지고 있는 판국에 이들에 대한 어떤 제재도 하나 없이 "민주당이 4.3사건 희생자들을 위해 한 게 뭐 있냐?"라는 투로 (한동훈의 반대파들이 그를 비난하는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인) '깐죽거림'으로 대응한 것은 분명히 비대위원장으로써는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적어도 그들에 대해서 뭔가 의미있는 조치,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말하는 것과 같은 '공천 취소'가 단행되었다면 어땠을까.

 

 2024년 22대 총선에서 제주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문대림, 위성규, 위성곤이 제주시 갑, 을과 서귀포시에서 모두 당선되었고, 조수연, 전희경, 태영호 세 사람이 각자가 출마한 지역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후보 장종태, 박지혜, 윤건영이 각각 당선되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총선 다음날인 2024년 4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총선 여섯 달 뒤인 2024년 10월 10일 한강이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고, 두 달 뒤인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에 윤석열 대통령은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를 포위한 계엄군을 뚫고 국회 담을 넘어가며 본회의장으로 비집고 들어온 여야 국회의원 190명이 12월 4일 오전 00시 48분에 본회의를 개최하고 재석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01시 1분을 기해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며 2시간 48분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되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여 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의해 계엄 해제안이 가결되기 직전인 지난 4일 0시 40분 쯤 방첩사 수사단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최우선으로 체포하라고 지시하였다는 내용이 적시되었다. 열흘 하루 뒤인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에 대한 인용 판결을 선고한 것은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4.3 사건 추념식 바로 다음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