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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작가는 모든 독자를 언제나 만족시킬 수 없고 일부 독자조차도 언제나 만족시킬 수 없지만, 그 일부 독자라도 가끔씩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성과는 별개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가 가운데 그 '일부' 독자라도 만족시키는데 성공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저 혐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저분한 진흙 속에 연꽃이 있다면 연꽃을 따고 진흙은 버리면 된다. 진흙이 더럽다고 연꽃까지 같이 시궁창에 처박는 것은 하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자가 혐한이라는 것을 들어 알고 있어서 불쾌하고, 혐한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보기 싫으면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고 안 보면 된다"는 것은 창작자로서도 굉장히 거만하고 무례한 발언이 틀림없지만, 이 자의 작품이 재미있기는 재미있었고 인기도 많았다.
요즘은 자기가 뭔가 사회 정의의 구현자인 것마냥 설치고 다니며 인터넷에 올라오는 만화 하나하나까지도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느니, 악역 미화하는 거냐느니 하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아서 말해 두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저 혐한이 말한 저 말도 분명히 하나의 정론이라고 생각한다. 혐한인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고 내가 저 사람의 '대깨'도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밝혀 두고 싶다(솔직히 작품 종결된 이후로 나온 것도 그닥 신통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요새 사람들은 뭔가를 후회하기 싫어서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손해보기 싫다고 안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주제에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핑계만 잔뜩 나무위키 같은 데에 두드리는 인간들도 썩어 넘친다. 만화나 소설 같은 것도 예외는 아니어서 눈길을 확 잡아끌 정도로 자극적인 무언가가 없어서, 처음부터 관심이 없어서 안 본다는, 그래놓고 그 작품에 대해서 물으면 별로더라 하는 말부터 먼저 꺼내고 본다. 거기에 왜 별로인지에 대한 자기 이야기는 없다. 새로 무언가를 시도하기는 고사하고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유지하기 급급한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데, 작가들한테 작품 비평에 겸허하라느니, 쓴소리도 달게 받아 들이고 정진하라느니 이런 소리는 솔직히 말해서 거만하기 짝이 없다. 마치 "요즘 젊은 것들은 도전 정신이 없어" 하고 투덜대는 꼰대들처럼.
저 혐한이 저런 건방진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우리는 독자 아니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 혐한한테, 아니 비단 저 혐한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작가들한테는 결과적으로 자기 작품 눈대중으로라도 한번 읽어주고 알라딘에서든 교보문고에서든 한 권이라도 자기 책 더 사 주는 사람이 독자이고 고객이다. 누구 말마따나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사는데 세상에 어떤 정치인이 표도 안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발로 뜁니까?"라는 말처럼 저 혐한도 자기 작품 좋아해 주는 사람들 보고 가는 것이고 자기 작품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자신의 독자들이고 고객인 거다. 그외 나머지는 논외다. 자기한테 무슨 소리를 하기나 말기나 아웃 오브 안중. 애초에 사람들이 몇 번 만나 보고 자기하고 안 맞을 것 같으면 거리 두고 손절하듯이 저 혐한 작가도 자기 작품을 봐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발로 뛸 뿐이다. 무시하거나 선 넘으면 법적으로 처리하거나 그뿐이다. 고만고만한 게시판에 모여서 당신들끼리 이야기하며 씹어대는 당신들은 저 사람한테는 겨우 그런 정도의 존재다.
작가 입장에서 한 명이라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독자층을 끌어들이려면 싫어도 비판에 귀기울이고 쓴소리도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분명히 일리가 있고, 세상은 자기한테 듣기 좋은 소리보다 싫은 소리를 더 잘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발전해 온 바가 있는 것도 틀림없다. 근데 그렇게 따지면 '그냥 나하고 안 맞아서'라는 이유로 깊이 파고들거나 일일이 분석하거나 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의 근거도 빈약하고 논리도 부족한 쌉소리들까지 일일이 '독자들의 비판'이라는 이유로 다 들어가면서 그림 그리고 스토리 짜고 할 시간이나 여유가 당신 같으면 있겠는지 묻고 싶다. 자기가 작가가 아니라 그냥 다른 일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작품으로 만난 사이가 아니라 다른 인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라는 말을 요새 사람들 잘 말하더만?
자기하고 안 맞는다 싶으면 그냥 더 어떻게 해 볼 것도 없이 손절 치는 게 요즘 사람들이고 애초에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안 하고 보는 게 소위 MZ라 불리는 인간들의 속성이다. 저 혐한 작가도 일일이 저 작품이 마음에 안 든다면 뭐가 마음에 안 드느냐, 뭐가 문제점이냐, 라고 말할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비판이랍시고 툭툭 던지는 쓴소리를 작가 입장에서 일일이 들어주고 숙여줘야 할 대의가 뭐가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스토리 변경은 엄연히 작가의 고유 권한이고, 그걸 독자랍시고 바꾸라 마라 하는 것도 엄연히 작가에 대한 강요이고 압박이다. 요새 MZ라 불리는 것들은 강요를 싫어한다며?
정치인들한테 그들을 콘크리트처럼 지지해 주는 '텃밭'이 있듯이 작가들한테도 고정 독자층이 존재한다. 작품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떤 비판을 받든, 작가 본인에게 어떤 논란이 있든 작품 자체를 보고 좋아해 주는 고정 독자층, 경멸적으로 보자면 그런 사람들을 뭐 '대깨○'라고도 부를 수도 있겠지만, 안 보게 되면 독자가 아닌게 맞고, 작가 입장에서 자기 독자도 아닌 사람한테 자기 시간, 노력 써가면서 그들이 하는 말을 일일이 받아 주고 맞춰 줘야 할 대의가 없다. 저 혐한은 그렇게 해서 소위 '불매 운동'에 휩쓸려도 상처 하나 안 입을 정도로 충분히 작가로서 이름을 날렸고,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인 이득도 얻었으며, 종결된 뒤에도 아직까지 저 작품을 좋아하는 고정팬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득점을 하는 것보다 실점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논리는 아마 대중을 상대로 작품 만드는 사람들한테도 유효한 논리임이 틀림없다. 새로 독자를 만들거나 유입해 올 필요까지도 없고 이미 있는, 자신의 작품을 읽어 주고 인정해 준 독자들의 수요를 맞추어 줌으로써 그 '고정 독자층'만 최대한 잃지 않도록 페이스를 유지하더라도, 작가로서 수명이 당장에 끝날 일은 저 혐한에게는 없다.
나는 셰익스피어의 말이 작가라는 생물의 속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심지어 일부 독자도 언제나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 일부 독자 가운데서도 결국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생긴다. "볼 사람만 보고 보기 싫으면 보지 말라"고 하는데 "그럴 거면 지 연습장에 그려서 지 혼자 볼 것이지 왜 출판해서 사람들 보라고 내놓았느냐"라고 하는 루리웹의 댓글은 멍청하기 짝이 없다. 애초에 핀트가 안 맞다. 모든 독자를 항상 만족시킬 필요도 없고 일부 독자들을 가끔씩만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고 살아남는 길이다. 애초에 볼 사람한테 보라고 출판한 게 맞다. 내가 이런 걸 그렸는데 한번 볼래? 라고 했을 때 백이면 백이 다 보지는 않을 것이고 누구는 보지도 않고 비웃을 것이고 누구는 죽 훑어 보고 재미없다고 할 것이고, 누구는 보고 재미있다고 할 것이다. 작가의 일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그 재미있다고 말한 누구를 위해서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짜는 사람이고, 그 누구의 리즈와 수요를 계속해서 맞춰 주고 그 속에서 새로운 시도도 계속해서 이루어나가는 것이다. 그 일부 독자라도 '가끔씩'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건 그 시도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작가와 독자라는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 사이의 어떤 계약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룰이라고 할 수도 있고.
자기의 작품을 고정적으로 구독해 주는 독자를 소수나마 확보하게 된 시점에서 그 확보된 독자층의 리즈와 수요를 맞추는 동시에 작가로써 고인 물마냥 똑같은 패턴만을 그리지 않고 그 리즈와 수요를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얼마나 해내고 또 그 시도가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해낼 수 있느냐에서 작가의 역량이 발휘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구도 속에서 처음부터 읽지도 않았던 사람이나 몇 번 보고 재미없다고 가 버린 사람은 애초에 작가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일단 그런 말을 대놓고 하는 것은 실례이므로 말하지 않을 뿐이고, 굳이 말하면 그런 이들은 '버림패'라고나 할까.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자기의 작품을 찾아 읽어주면 감사한 거고, 끝까지 자기 작품을 읽지 않아도 그만이다. 뭐하러 미련을 가지고 미움을 가지겠는가. 처음부터 내 독자도 아니었던 이들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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