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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일기

생명은 스스로 살 길을 찾는다(Life Finds a way)

 카카오톡이라는 것은 겨우 일물(一物)일 뿐인데, 메신저 하나를 업데이트한 것에 이렇게까지 휴전선 이남을 뒤흔들 일인가,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고, 저렇게나 떠들썩한 것이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고 납득하는 데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요즘 페이스북이니 인스타그램이니, 라인이니 텔레그렘이니 하는 것이 있다고 해도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나 자리를 잡았고 그만큼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보니 견딜 수가 없었던가, 카카오톡 최고 제품 책임자(CPO)인 홍민택이 꺼무위키(왜 하필이면?)에다가 자기 항목 삭제를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런 게 뉴스에 보도가 될 정도이니 아직은 기사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인가, 이 나라에 별 문제가 없는 것인가 잠깐, 착각할 뻔했다. 

 

나무위키:투명성 보고서/요청/홍민택 - 나무위키

 

나무위키:투명성 보고서/요청/홍민택

상위 문서: 나무위키:투명성 보고서 분류:투명성 보고서 삭제 요청된 문서: 홍민택 요청자 정수현 권리자 홍민택

namu.wiki

 

 꺼무위키에 올라온 투명성 보고서는 문서를 아주 삭제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임시조치만 하겠다고 한다. 11월 8일이 지나면 또 자기들이 일부는 살리든가 알아서 하겠다는 거다. 하긴 이 꺼무위키 운영진이나 사용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도전이나 항의, 문서 삭제 요구들을 모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받아 들이면서 자신들을 무슨 '표현의 자유'에 도전하는 권력에 맞서는 투사로 인식하는 나르시시즘이라고 할까, 선민의식이라고 할까 어디서 긁어왔는지도 알 수 없는 내용들을 가지고 항목이랍시고 만들어 놓고 그걸 본인이 아니면 지워달라는 요청을 따를 수 없다, 이런 항목을 작성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다, 그것에 항의한다면 알 권리 침해다, 이런 식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말이 무슨 짓을 해도 되는 면벌부인 것처럼 들이밀고 있다. 

 

홍민택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홍민택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홍민택(1982년 10월 5일~)은 대한민국의 기업인이다. 삼성전자, 비바리퍼블리카를 거치고 토스뱅크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카카오의 CPO이다. 생애 1982년 10

ko.wikipedia.org

 

 홍민택이 꺼무위키에만 그렇게 자신에 대한 '허위 사실'들을 제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다. 위키피디아에 들어가 봐도 신규 사용자나 비등록 사용자의 홍민택 항목 편집이 제한되어 있다. 이렇게 한다고 홍민택이나 카카오톡에 대해 쏟아지는 비토의 목소리나 카카오톡을 버리는 사람들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꺼무위키에 대해서 저런 식으로 자신에 대한 비판들을 죽 써놓은 항목들을 문제삼았으니, 그 항목들에 쓰인 내용들이 엉터리이고 일방적인 악의에 찬 편집이라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런 항목들에 대한 차단 선택을 한 자체는 솔직히 짜쳐 보인다. 참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꺼무위키는 언론사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니고, 대한민국 국적은 더더욱 아닌 것이 어느 순간부터 한국 사회의 여론을 흔드는 존재가 되었다. 지들이 무슨 '탄압'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인 것마냥 뭐만 하면 알 권리니 표현의 자유니 그렇게 징징거리는지 나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은 숫타니파타에도 성경에도 모두 나오는 명제이건만, 나는 꺼무위키가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자유에 대한 책임을 얼마만큼 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애초에 그들이 하는 행동이 과연 그들이 말하는 자유에 걸맞은 것인지도 포함해서, 나는 마냥 홍민택만 욕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실 인터넷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커뮤니티들이 생겨나고 또 뭉쳐지면서 그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 비슷한 것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 커뮤니티들을 '여론'이라는 것과 동일시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다. 커뮤니티를 자신과 동일화하는 것은 인간의 소속감에 대한 갈망이나 여론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소통'에 대한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인터넷은 여론이 아니다. 나무위키는 더더욱 여론이 아니다.

 여론이 반영되어 있고 여론과 아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나무위키나 인터넷이 여론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사찰이나 교회, 승가나 교단이 불교와 그리스도교라는 종교 자체는 아닌 것과 같다. 조선 말기 서원 철폐령이 내려지기 직전에 조선 각지에 퍼져 있던 서원들은 이미 그것이 존재했던 초기의 목적이나 의미는 잃어버린 채 당쟁의 본거지이자 파벌 싸움의 무대, 나아가 기득권층의 여론 조작 기구로 전락한 지가 오래였다. 이를 47개만 남기고 전부 철폐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유림은 조정이 선비들의 입을 틀어막고 글 읽는 자들을 탄압하려 한다고 철폐된 서원을 복구해 달라는 상소를 줄기차게 올렸다. 조정은 "너희는 서원이 없으면 성현을 공경할 줄 모르는가?"라고 일축했고, 그들의 요구대로 철폐된 서원들이 예전처럼 복구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인간이라는 것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못하면 이상할 정도로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싶어하는(그럼으로써 안정을 얻고 싶어하는) 것과 그 소속된 곳에 대한 가치판단을 전적으로 긍정하며 절대시하려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이다.

 '종교'와 '비종교'도 이 부분에서 갈린다. 이 선을 자칫 넘어가면 맹신이 되고 광신이 된다.

 나무위키가 꺾이면 다른 언로까지 줄줄이 꺾이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무위키 편을 들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럴 일 개뿔도 없다고. 

 나무위키 따위가 없다고 입 다물고 자기 할 말도 못하게 된 사람이라면 애초에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밖에 없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냉소론자들은 부정적인 말만 늘어놓으면서 조직 분위기를 저하시킨다'고 냉소론자들을 배척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